
자기주도형 동아리 전성시대
요즘 교육계 화두는 누가 뭐래도 ''자기주도학습''이다. 계획도, 실천도 스스로 해내는 자기주도학습 형태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고교 동아리에서도 자기주도 열풍이 거세다. 기존 동아리에 수동적으로 가입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단체를 직접 만들고 꾸려가는 고교생이 늘고 있는 것. 그 중 일부는 성인 모임 못지않게 뜻깊은 성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한다. 지난달 2일 ''2011-2012 대한민국 리더십 연구보고서''(이하 ''리더십 보고서'')를 펴낸 대원외국어고 ''대한민국리더탐구회'', 올해로 3년째 탈북자 지원단체 ''새조위''(''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줄임말)를 돕고 있는 청심국제고 ''한누리''가 대표적 예다.
청심국제고 ''한누리'' —새조위 연차보고서 작성·탈북자 관련 캠페인 벌여
재작년 3월, 청심국제고 학생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서울 트레인(Seoul Train)''을 단체 관람했다.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 인권 문제를 다룬 90분 분량의 작품이었다. 김아영(3년·한누리 회장)양은 이날 큰 충격을 받았다. "공부가 손에 안 잡힐 정도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학생 입장에서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새조위를 알게 됐고, 제 생각을 친구들에게 제안하는 과정에서 한누리가 탄생했습니다."
한누리 활동은 크게 ''새조위 연차보고서 작성''과 ''탈북자에 대한 사회 관심 유도 캠페인''으로 나뉜다. 연차보고서는 특정 단체의 이념과 역사, 사업 내용, 주요 활동, 재정 등 핵심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가리키는 말. 많은 예산을 들여 연례적으로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과 달리 영세 단체인 새조위 입장에서 연차보고서 작성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었다. 청심국제고 3개 학년 24명으로 구성된 한누리 회원들은 이 같은 사연을 접한 후, 4개월여에 걸쳐 새조위가 제공한 자료를 정리하고 영문으로 번역했다.
이들은 티셔츠·팔찌 등 간단한 상품을 제작, 판매해 탈북자 돕기 기금 마련에도 앞장서고 있다. 티셔츠의 경우, 새조위와 공동으로 개최한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을 셔츠 앞면에 인쇄해 교내에서 팔았다. 회원 오하나(3년)양은 "장당 6000원짜리 셔츠를 팔았는데 준비한 100여 장이 두 시간 만에 동날 정도로 인기였다"며 "요즘도 교내에서 당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학생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현재 위치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정선희양은 "주요 사안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부 회의를 거쳐 정하는데 결정된 일도 엎어지기 일쑤였다"며 웃었다. "공모전 수상 디자인을 셔츠에 입혀 교내 축제에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도 회의에서 확정됐는데, 막상 받아든 디자인이 너무 섬세해 실제 제작엔 애를 먹었어요. 역시 축제 때 판매할 팔찌 도안을 완성해 생산업체에 가져갔을 땐 제작가가 예상을 훨씬 웃돌아 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죠. 그런 일을 몇 차례 겪은 후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따져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그는 "한누리 활동으로 얻은 최대 성과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이라며 "맛있는공부 독자들도 ''학생이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지레 포기하지 말고 사소한 관심이라도 행동으로 옮겨보라"고 당부했다.
김세영 맛있는 공부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2/2012081200840.html